배나무는 과실 뿐 아니라 몯재의 재질도 좋아 귀중히 여겨왔다. 배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인쇄용 목판이나, 장롱같은 가구와 가야금과 같은 악기에서 구조상 힘을 받는 골재로 많이 활용되었다.
우리 산야에서 자라고 있는 배나무(산돌배나무, 돌배나무)는 직경 60~100cm, 높이 10~20m까지 자랄 수 있는 낙엽 활엽 교목이다. 나무의 빛깔이 붉은 빛이 살짝 보일 듯 말듯하여 안온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어 옛 선인들의 사랑방 신변용푼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비중 0.73~0.75로 약간 무거우며강도가 강하지만 가공이 용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가구재, 조각재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1915년 일본으로 팔만대장경 인쇄본 한 질을 가져가기 위하여 대장경 인경작업을 하던 중에 경판 18매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다시 새겨 넣으면서 서울 근교의 배나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배나무는 계절에 따른 생장 정도에 차이가 적어 나이테가 선명하지 않으므로 나이테로 나무의 나이를 추정하기가 어렵다. 배나무 조직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산벚나무와 비슷하게 물관이 니아테 내에 균일하게 흩어져 있다 즉 전형적인 산공재이다
배나무 중 산돌배나무와 돌배나무가 목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의 분포중심은 추운 지방이지만 거위 전국에 걸쳐 자란다


<팔만대장경>
 
팔만대장경과 같은 인쇄용 목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질이 균일하고 나무를 이루는 세포 하나의 크기가 작아 글자 한 획 한 획이 깨끗하게 파져야 한다. 또 너무 단단하여 글자를 새기는 것이 어려워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연한 나무는 인쇄를 할 때 삐침 부분이 떨어져 나가버리므로 적당치 않다. 흔히 알고 있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는 세포크기가 크고(머리카락의 1/2정도) 나이테 안에서도 봄에 자란 세포와 여름에 자란 세포의 크기 차이가 너무 뚜렷하여 부적합하다. 또 밤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활엽수도 직경이 무려 0.3mm나 되는 세포가 한쪽에 몰려있어서 재질이 균일하지 않으므로 쓸 수 없다. 적당히 단단하고 세포의 크기가 고르며, 인쇄용 목판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직경이 크게 자랄 수 있는 나무의 종류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 중 이와같은 조건을 갖춘 것으로는 단풍나무, 돌배나무, 산벚나무, 자작나무, 남쪽에서 자라는 후박나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침엽수인 소나무 등과 같이 집단으로 모여서 자라는 것이 아니고 한두 나무씩 다른 잡목에 섞여서 자라는 데 문제가 있다. 즉, 옛날에 건축재나 배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 소나무는 군락을 형성하며 자라기 때문에 한곳에서 많은 양을 벌채할 수 있어 이용하기가 쉽다. 그에 비하여 대장경판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나무들은 한 곳에서 벌채를 할 수 없으므로 넓은 지역에서 한 두 나무씩을 수집하여 많은 노혁과 어려움이 따랐다
약 250여장의 팔만대장경 경판을 선정하여 사용된 수종을 조사한 결과 산벚나무류 등 10여종이 혼합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장경판 제조에 사용된 원목의 수종은 산벚나무류가 가장 많아 64%에 달하고, 다음으로 돌배나무류가 14%이다. 기타 자작나무류 9%, 층층나무류 6%, 단풍나무류, 후박나무류, 버드나무류 및 굴거리나무류는 3% 이하로 조사되었다.
돌배나무는 집단서식보다는 독립수로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아 목재로서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수집이 어려워 산벚나무보다 사용빈도가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상제집략판목>

상제집략판목은 배나무로 만들어진 인쇄용 목판으로 유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되어 구봉산 뒤편 산아래에 자리잡은 구봉재사의 장판각에 보관되어 있다. 본체는 배나무로 되어있고, 양쪽 손잡이에 해당하는 마구리는 소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본래 이 판목은 경북 안동군 길안면 용계리의 용산정에 있던 것으로 1950년에 대전으로 옮겨졌다.
판목의 저자는 권순경(1676~1744)이다. 모두 66판 132면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내용은 1863년(철종 14년) 김대진이 쓴 상제집략서와 상제집략목록, 그리고 1741년(영조 17년) 권순경이 쓴 자서 등이다. 모두 4권으로 앞의 3권은 상례이고, 마지막 1권은 제례로 되어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 동기를 사계 김장생의 저서인 가례집람 중 상례부분에서 줄일 부분과 보충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 하였다.정통상례 및 제례에 관한 모든 사항을 계통적으로 정리하였기에 관련 의례연구의 기초자료로써 가치가 매우 높다.


<가구재로 사용된 배나무>

한궁의 수종은 1,556종이며 이 가운데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는 109종 정도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가구 제작에 사용된 나무로는 소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대추나무, 흰 노송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가래나무, 호도나무, 수창목, 오동나무, 피나무, 벚나무, 회화나무, 돌배나무 등이 있다.
재질에 따라 이들 나무는 다시 골재와 판재, 부재로 나뉜다.
골재는 구조상 힘을 받는 단단한 나무로 소나무, 돌배나무, 회화나무 등이 사용된다.
판재는 나뭇결이 아름다운 판목재로서 오동나무, 소나무, 전나무 등이 사용되며, 부재로는 장식에 적합한 회화나무, 수창목, 버드나무 등이 사용된다. 이와함께 대나무는 곧고 속이 비어있어 자연 그대로를 살린 공예품에 주로 사용된다.
배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들로는 방안에서 주로 만나는 장롱, 화장대, 부엌의 찬장 등과 함께 우리 고전악기인 가야금 등이 있다. 배나무는 주로 이들의 구조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1. 가야금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들었다고 전하며, 12줄의 안족 위에 얹어 왼손으로 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뜯거나 퉁겨서 소리를 낸다. 재료는 해묵은 오동나무를 사용하여 만들며 거문고와 함께 줄풍류, 가곡반주 등에 널리 쓰인다. 산조가 생기면서 독주악기로 각광을 받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음색이 맑고 청아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연주하는 대표적인 현악기이다.

<재료>
앞판 : 오동나무 5년이상 자연 건조
뒷판 : 밤나무 3년 이상 그늘 건조
안족 : 돌배나무, 벚나무
줄    : 명주실

2. 거문고
고구려 왕산악이 만들었다고 전하며 3줄은 괘 위에 3줄은 안족 위에 얹혀져 있어 술대로 치거나 올려 뜯어서 소리를 낸다. 소리가 그윽하여 예로부터 백악지장이라 하여 학문을 닦는 선비들 사이에서 널리 숭상되어 왔으며, 가야금과 함께 줄풍류, 가곡반주 등에 널리 쓰인다. 

<재료>
앞판 : 오동나무 5년이상 자연 건조
뒷판 : 밤나무 3년이상 그늘 건조
안족 : 돌배나무, 벚나무
괘    : 돌배나무, 벚나무
줄    : 명주실

3.아쟁
개나리로 나무로 만든 활대로 문질러 소리를 내며 음색은 무겁고 웅장하다
정악과 민속악에 널리 쓰인다
국악기 중 가장 낮은 음을 내는 악기로 공명을 넓게하기 위해 날개를 달았다

<재료>
앞판 : 오동나무 5년이상 자연 건조
뒷판 : 오동나무 5년이상 자연 건조
윗판 : 오동나무 5년이상 자연 건조
안족 : 돌배나무, 벚나무
활대 : 은행나무, 말총, 낚싯줄, 개나리나무
줄    : 명주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