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4-10-21 (14:41)
[부안생태기행] 연밥 따는 아가씨
글쓴이 : 권정숙 조회 : 3800


 

 

"물건너 임을 만나 연밥 따서 던지고는..."
[부안생태기행] 연밥 따는 아가씨

 

采蓮曲-연밥 따는 아가씨

秋淨長湖碧玉流 맑은 가을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蓮花深處繫蘭舟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逢郞隔水投蓮子 물건너 임을 만나 연밥 따서 던지고는
或被人知半日羞 행여 남이 알까봐 반나절 부끄러웠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채련곡(采蓮曲)과 분위기가 비슷한 이 시는 조선 중엽의 여류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의 采蓮曲(연밥 따는 아가씨)이다. 가을의 맑은 하늘이 비치어 옥처럼 새파란 호수에서 우거진 연잎 사이에 목란배(혼자서 타는 작은 쪽배)를 매어 두고, 물 건너에 있는 그리운 임에게 연밥을 던져 사랑을 고백했는데, 혹시 누가 그것을 보았을까봐 반나절이나 부끄러워했다는 수줍은 아가씨의 마음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요즈음 발렌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의 고백으로 초콜릿을 주듯이, 물론 일본 제과업체의 상술이 만들어 낸 것이기는 하지만..., 옛날 중국 강남에서는 여성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의 정표로 연밥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풍습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듯하다. 유교적 관습에 억눌려 바깥출입, 더더구나 사랑고백이 자유롭지 못했던 조선시대 처녀들은 연밥을 딴다는 핑계로 그나마 바깥세상도 구경하고, 그리운 임도 만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연밥이 얼마나 요긴한 약재였으면 지엄하기 그지없는 조선시대 부모들이 과년한 딸의 바깥출입을 허락했을까. 동의보감에 그 답이 있다. 동의보감은 연밥을 과부(果部)의 맨 앞에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몸을 보하는데 좋은 약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동의보감 기록을 살펴보면, “성질이 평한(平寒)하고 맛이 달며 무독(無毒)한 연밥(蓮實, 일명 水芝丹, 瑞蓮, 藕實)은 기력을 기르고 백병(百病)을 낫게 하며, 오장을 보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이질을 다스리고, 정신을 좋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많이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 껍질이 검고 물에 넣어 가라앉는 것을 석연(石蓮)이라 하니 소금물에 달인 것은 뜬다. 곳곳의 못에서 자라며, 8~9월에 굳세고 검은 것을 채취하여 쓰는데 생것을 먹으면 배가 불러오기 때문에 쪄서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반찬으로 애용하는 연뿌리(藕汁)도 연밥과 효능이 비슷한데, 동의보감은 특히 “귤과 함께 먹으면 배에 살이 오르고 갖가지 충병(蟲病)이 생기지 않는다. 煩(신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함)을 없애고, 설사를 그치며, 주독을 풀고, 거듭 먹어서 과식한 것과 병후의 열갈(熱渴)을 없앤다. 특히 연뿌리는 열독을 풀고 엉긴 피를 푸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옛날 송나라 고관이 연뿌리 껍질을 벗기다가 실수로 양의 피를 받아놓은 그릇에 떨어뜨렸는데 그 피가 엉기지 않음을 보고 연뿌리가 뭉친 피를 흩뜨리는 성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고,  또 우리가 흔히 차로 마시는 연잎(荷葉)도 “악혈(惡血, 궂은 피)을 없애며, 혈리(血痢, 피 나오는 이질)을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옛 선비들은 이러한 연꽃을 “진흙 속에서 났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소통하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가 없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으며 우뚝 깨끗이 서 있는 품은 멀리서 볼 것이요 다붓하여 구경하지 않을 것이니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며 극진히 사랑했다. 불교에서는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한다고 하여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쓰는가 하면 민간에서는 종자를 많이 맺는 연꽃을 다산의 상징으로 삼았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연꽃은 사람에게 정서적으로나 실용 면에서 과연 꽃 중의 꽃, 꽃 가운데 군자다운..., 하늘이 내린 신령스런 풀이다.

/허철희/huh@bua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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