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칠천군민 식량 '나무재'가 5할"
[2014년 6월달력] 나문재

나문재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고려가요의 하나인 <청산별곡>의 한 대목으로 여기서 ‘나마자기’는 나문재를 이르는 말이다.

배고프던 시절, 부안의 갯가 마을에는 훌륭한 구황식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나문재’다. 위의 가요처럼 ‘나문재랑 조개랑’ 먹으며 연명해야만 했다. 아낙들이 아이들을 앞세우고 나문재를 뜯으려고 집을 나서는 것이 그 시절 부안의 갯가 마을 풍경이었다. 동아일보 19351103치 기사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萬七千郡民 食糧 ‘나무재’가 5割

벌서부터 걱정되는 食糧問題
災地 扶安의 窮民現狀

[부안]전북 부안지방에는 60년이래 처음보는 대한해로 인하야 일반적으로 전농작에 대하야 4할이나 감수를 내엿으며 그 중에 동진, 행안, 하서, 상서 4개면은 군내에서도 가장 심하야 전멸상태이엿기 때문에 총호수 5,997호가 벌서부터 식량부족으로 해변에 나무재와 약간의 조, 팟, 감자등을 합하야 밥을 지어 먹으며 근근연명해간다는데 앞으로 명춘춘궁에 그네들의 생로가 참담함에는 당국에서도 대책에 대한 방침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나문재(Suaeda asparagoides (Miq.) Makino)는 칠면초, 해홍나물 등과 함께 기수역 갯벌에서 자라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 염생식물로 크게는 높이 1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가늘고 긴 가지를 친다. 전체에는 털이 없으며 녹색을 띠는데 가을이면 밑에서부터 붉은색으로 변한다. 다닥다닥 붙어 어긋나는 잎은 솔잎처럼 좁고 가늘어서 얼핏 보면 소나무를 닮았다. 그러한 연유로 나문재를 ‘갯솔나무’라고도 부른다.

7∼8월에 녹황색으로 피는 꽃은 잎겨드랑이에 1∼3개가 달리며, 가지 윗부분에는 잎이 없이 꽃만 빽빽이 달리므로 수상꽃차례처럼 보인다. 열매는 포과이고 꽃받침에 둘러싸이는데 둥글거나 납작하며 지름 2~3mm이다. 검은색 씨가 1개씩 들어 있다. 결실기는 10월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서해안 갯가 사람들은 나문재나물을 즐겨 먹는다. 나문재 어린 순은 삶아도 녹색이 파랗게 그대로 남아있고, 특유의 바다향과 함께 사각거리는 맛이 독특한 별미다. 나문재를 나물로 먹으려면 단오 무렵 이전의 어린 순이 좋다. 단오가 지나면 줄기가 억세어지고 쓴맛이 나므로 단오 무렵에 채취하여 살짝 데쳐 데쳐서 고추장 풀고, 마늘, 깨소금, 참기름 넣고 무치면 아주 맛이 좋다. 데친 나문재를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어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기도 한다.

나문재는 칼슘, 나트륨, 칼륨, 인, 철 등의 미량원소와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빼어난 약효도 지니고 있다. 나문재는 해열작용이 있어 고혈압에 효험이 있으며, 또 간에 쌓인 독을 풀어 간 기능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장 속에 쌓인 숙변과 노폐물을 분해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도 뛰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나문재나물 맛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가끔 부안에서 식탁에 올리는 식당을 만날 수 있고, 부안시장에 가면 간혹 할머니들이 미리 데친 나문재나물을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문재나물 파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농약을 치기를 허나, 비료를 주기를 허나, 완전 무공해여...,'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