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지나고 며칠간 수연아빠가 일을 쉬게 되었다고 하기에
애들이랑 함께 흙농장에 가기로 했다.
그것도 한시간만에 내려진 결정이어서 짐싸고 먹을것 준비하느라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부리나케 준비를 했다.
오후 2시에 출발했는데 금요일이어서 차는 막히질 않았고,
새만금 도로가 뚫렸다기에 군산에서 새만금도로로 들어섰다.
군산시내를 거쳐서 들어가는거라 신호때문에 차도 많이 막히고
더 돌아서 오는 느낌이 들었다.

흙농장 농장주님께서 전북대학교 강의하고 저녁에나 도착한다고 하여
우리도 격포 바닷가에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수연이와 수림이는 모래놀이 삽과 연장들을 챙겨서 모래밭에서 신나게 놀고
나는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면서 바닷가에 앉아 있었는데
마침 일몰시간이 되었는지 해가 지려고 붉은해가 까무룩히 넘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넘어가는 붉은해 앞으로 갈매기 두어마리가 끼룩기룩 날아가고 있고
바로 코앞에서는 송어들이 여기저기 솟구치며 다이빙을 하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아이들은 물고기들이 수영한다며 물고기 보겠다고 난리들이었고
나도 송어들이 바닷물속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처음 본터라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해가 지고 사위가 어둑어둑해 져서
저녁을 먹으러 화로구이로 막바로 갔다.
매번 와도 올때마다 길을 못찾아 헤매이다가 간신히 찾아서 들어가니
마침 흙농장 농장주께서도 바로 오셨다.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어서 공기밥부터 시키고, 갈비와 냉면을 먹고
이번에 새로 단장했다는 모카펜션으로 직행했다.
새롭게 오픈해서 그런지 모카퍼플이라는 방이름이 적힌 펜션에 들어가니
구슬이 달려있는 보랏빛 레이스가 드리워진 침대와
붉은빛 무늬의 커튼, 그리고 바닥에 주황색 꽃무늬가 깔린 카페트며
참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여기서 살고 싶다고 너무도 좋아했다.
바로 뒷편엔 수풀이 우거진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대가 높아서
아래쪽의 밭두렁과 들판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전망이 괜찮은 곳이었다.
내년 6월달에 오디축제때 이곳에서 숙박을 하자고 미리 얘기를 했다.

아침에 새소리에 눈을 뜨고, 앞마당의 배드민턴채와 공이 있기에
수연이와 배드민턴 조금 치고, 라면 끓여서 달랑 김치 한가지해서
밥을 먹고는 누에타운으로 차를 몰았다.
날씨가 어찌나 찜통이던지 걷는것도 지치고 힘겨웠지만
아이들은 더운줄도 모르고 힘들지도 않은지 즐겁게 뛰어다녔다.
누에타운은 올해 개장했다고 하는데, 볼것도 많고 체험할것 많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브라질에서 직수입한 앵무새들 철조망에 가두지 않고,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해놓은곳은 이곳밖에 없는듯 싶다.
누에가 알에서부터 성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살아 꿈틀대는 누에로
차례차례 전시를 해놓아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고
누에에서 뽑은 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고치실과 명주실을 많이
전시해 놓은것이 인상적이었다.
누에타운 바로 앞에선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놀이터도 만들어 놓았고
오디와 뽕잎을 가미한 뽕잎아이스크림도 있기에 수연이와 수림이에게
한개씩 사주었다.

누에타운을 나와서 여기저기 들러서
내소사에 안가볼 수 없으니 내소사에 차를 주차했다.
내소사는 절풍경보다는 전나무숲길 때문에 가는듯 싶다.
매번 와도 올때마다 느낌도 다르고, 숲깊안에 들어서니 그렇게 찜통같던 더위도 잠시 물러나는듯 싶었다.
절에서 나와서 탐라산장에 들러서 바지락칼국수를 함께 먹고는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는게 무리겠다 싶어서 흙농장으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어 날이 선선해지니 수연아빠와 주인장은 뽕나무 가지 묶는 일을
하고 아이들은 배나무밭에 떨어진 배를 줍는다고 과수원밭을 돌아다녔다.
한번 떨어진 배는 절대로 줍지 않는다기에 몰래 주워서 봉지에 담아서
차에 실어 놓았다.
그리고 저녁에 먹을 야채를 뜯어오라고해서 상추와 깻잎과 고추를
아이들과 함게 한바구니 뜯어왔다.

저녁은 새싹비빔밥을 먹기로하고
큰양푼에 새싹과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넣고 싹싹 비벼서 함께 먹고
상추쌈에 싸서도 먹으니 정말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저녁먹고 반딧불 생태체험 하러간다기에 부지런히 설겆이하고 얼른
탐라산장으로 차를 몰았다.
탐라산장의 전기차를 타고 어두운 밤길을 달려가니 양옆의 풀숲에 반디들이 많이도 있었다.
하늘높이 날으는 반디들은 어미반디이고, 풀숲에 앉아있는 반디들은
아기반디들이라고 했다. 풀숲의 반디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이났다.
반디를 부르니 반디가 사람에게로 날아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반디 두마리를 잡아서 병에다 담아왔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죽어있었다.
병뚜껑을 넘 꽉 닫았나보다.

오늘밤엔 잠잘곳이 마땅하질 않아서 교육장안의 주인장 침대를 빼앗아
잘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눈을뜨니 두 남정네는 벌써 오디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었고
쪽파종자를 주면서 배밭에 심으라고 하기에 수연이와 수림이와 모종삽
가져와서 배밭 여기저기 쪽파를 심었다. 흙을 팔때마다 지렁이가 나와서 아이들이 지렁이를 보며 신기해했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또 새싹비빔밥에 열무김치에 밥을 먹고
밭에서 주워온 배 한개 깎아먹고, 차 밀리기전에 출발한다고 서둘렀다.

단호박이며, 오디원액이며, 옥수수에 김치에 이것저것 챙겨주는 농산물이
하나가득이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수연이와 수림이는 흙농장에서 살고 싶다면서 집에 가기 싫다고 난리였다.
그러면서 다음 추석때도 또 흙농장에 오자고 졸라대었다.
2박 3일동안 아이들은 상추와 깻잎과 고추도 따고 흙을 밟으면서
지렁이와 애벌레들을 보며 자연속에서 너무도 즐거워했다.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자연속에서 뛰놀수 있는 체험을 선물해 준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우리가족과 흙농장과의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끝으로 부지불식간에 시도때도 없이 들이닥쳐 시간도 뺏고
잠자리를 빼앗아도, 소리를 지를지언정 마음만은 비단결같은
흙농장의 농장주님~~!!!
말로는 안돼, 몰라, 라고 얘기해도
마음은 이미 다 되어있다는걸 압니다.
항상 베풀고 나눠주고 함께해주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울 수연이가 즐거웠다고 고마웠다고 말해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