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4-12-08 (16:22)
[부안 문화재 답사-23]죽염제조장-허재근
글쓴이 : 권정숙 조회 : 3652

사진 위.죽염. 대나무통에 소금을 넣어 황토로 봉한 후 고열에 아홉 번을 구워내면 소금이 녹아 마치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사진 아래/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3호 죽염제조장-허재근ⓒ부안21



 

부안의 또 하나의 문화유산 '죽염제조'
[부안 문화재 답사-23]죽염제조장-허재근

 

 

죽염제조장-허재근
종 목: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3호  
명 칭:죽염제조장(죽염제조)(허재근) (竹鹽製造匠(竹鹽製造))  
분 류:무형유산
수량/면적:  
지정(등록)일:1999.10.08
소 재 지: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산1-3  
시 대:
소유자(소유단체):  
관리자(관리단체):부안군

중국 남북조시대의 본초연구가인 도은거(陶隱居)는 사람에게는 오미(五味-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가 있는데, 이 중에서 짠맛만은 빠뜨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또, “서방, 북방사람은 지나치게 짜게 먹지 않으므로 장수 하는 이가 많고, 질병이 적으며, 안색이 좋고, 동방, 남방 사람은 짠 것을 기호하므로 장수하는 이가 적고, 질병이 많으니, 이는 곧 사람에게 손(損)을 부른 것으로 폐(肺)를 손상케 한 것이다.”며 소금의 두 얼굴을 지적 했다.오미 중에서 짠맛만은 꼭 섭취해야하지만 지나치게 짜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다.

물론 소금의 과잉섭취는 삼가야겠지만 소금 속에 섞어 있는 불용성분, 즉 불순물이랄지 유해성분을 섭취하는데도 문제가 있다.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대만, 인도, 파키스탄, 태국 등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데, 그 중에서도 조석간만의 차가 크고, 육상기원 퇴적물이 풍부하게 유입되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우수성이, 특히 미네랄 함량이 높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 전량을 천일염으로 보충하려면 큰 위험 부담이 따른다. 천일염에는 미량의 비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그대로 먹으면 인체에 해롭다.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어 두부 만들 때 사용하는 간수는 염화마그네슘이 주성분인데 독이 있어 먹으면 위장을 해롭게 하고, 다량 섭취할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렇듯 유독한 마그네슘도 열을 가하면 염소는 증발하여 무독하게 되고, 마그네슘은 산화마그네슘이 된다. 그러므로 천일염을 굽거나 끓여 사용해야 좋다. 굽거나 끓인 두 가지의 소금의 성분은 같지만 입자를 다르게 해서 녹인 소금은 건강식용, 피부마시지용, 양치질용으로 사용하면 좋고, 구운 소금, 즉 볶은 소금은 조리용, 식탁용, 김장용으로 좋다.

그렇다면 대나무통에 소금을 넣어 황토로 봉한 후 고열에 여러 번 구워내는 죽염은 더할 나위 없는 양질의 소금이라 하겠다. 먼저 죽염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대나무를 한쪽은 뚫리고 한쪽은 막히도록 대나무의 마디 사이를 자른 다음 그 대나무통에 천일염을 넣어 단단히 다진다. 이때 대나무는 서해안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왕대나무가 좋고, 천일염도 서해안 천일염이 좋다고 한다. 서해안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특히 더 높고, 인체에 유익한 핵비소를 가장 많이 함유한 소금이라고 한다.

다음은 황토를 햇볕에 잘 말려 가는 채로 거른 뒤 걸쭉하게 반죽하여 소금 넣은 대통 입구를 봉한다. 특수 고안된 로(爐)에 대나무통을 황토로 봉한 부분이 위로 가게 하여 2~3층으로 세워 놓고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면  대나무 진이 소금에 녹아들면서 타 없어지고 소금덩어리만 남는다. 소금덩어리를 빻아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대나무통에 넣어 굽기를 여덟 번 반복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소나무 장작을 지필 때 송진가루를 뿌려 주어 고열을 가하면 소금이 녹아 마치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액체는 열이 식으면서 돌덩이처럼 굳는데 이것을 곱게 빻는다. 이렇게 고열로 굽는 과정에서 천일염 속의 불용성분은 타 없어지고, 각종 유독성 광물의 성분은 인체에 유익한 물질로 변화되어 여러 신비한 효능을 갖는 것이다.

문자그대 竹과 鹽이 만나 죽염으로 탄생했다. 그렇다면 대나무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 것일까. 대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잎까지 약용되는데 ‘신농본초경’에는 댓잎은 맛이 쓰고 성질이 차 해소, 종양, 해열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뿌리는 기운을 돋우고 갈증을 해소하여 허약함을 다스린다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대나무를 활용한 처방은 34종류가 되는데 산후열, 생리불순 등 부인과 질환과, 소아발열, 파상풍, 음주두통, 잇몸출혈 등 다양하다. 또한 예부터 대나무가 간접적인 열을 받아서 약성분이 진의 형태로 흘러내린 액체를 ‘죽력(竹瀝)’이라고 하는데 중풍, 반신불수에 긴요하게 쓰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담을 멎게 하고 뇌졸증으로 인한 언어 장애와 팔다리가 아픈 것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하고 인체의 모든 감각기관과 배설기능을 원활히 한다고 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 서해안 천일염과 대나무의 뜨거운 불 속에서의 만남은 단순히 식품차원을 넘어 약품으로 변신되는 것이다.

이러한 죽염제조비법은 개암사 주지 스님들에 의해 전승되어 오다가 1940년 무렵에 그 맥이 끊겼는데, 죽염제조장 허재근(효산스님, 전 개암사 주지)이 전승, 재현함으로써 전통 죽염의 재탄생을 보게 되었다. 이는 향토문화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또 하나의 부안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전라북도는 그의 이런 전통 죽염제조비법을 인정하여 1999년 10월 8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23호로 지정하였다.

/허철희huh@bua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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